제 목 :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2 이어령 | 조회수 : 2088 |
작성자 : 배재인 | 작성일 : 2008-12-10 |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2
李御寧
당신을 부르기 전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부르기 전에는
아무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닙니다.
어렴풋이 보이고 멀리에서 들려옵니다.
어둠의 벼랑 앞에서
내 당신를 부르면
기척도 없이 다가서시며
"네가 거기 있었느냐"
"네가 그 동안 거기 있었느냐"고
물으시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달빛처럼 내민 당신의 손은
왜 그렇게도 야위셨습니까.
못자국의 아픔이 아직도 남으셨나이까.
도마에게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나도
그 상처를 조금 만져볼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혹시 내 눈물방울이 그 위에 떨어질지라도
용서하소서.
아무 말씀도 하지마옵소서.
여태까지 무엇을 하다 너 혼자 거기에 있느냐고
더는 걱정하지 마옵소서.
그냥 당신의 야윈 손을 잡고
내 몇 방울의 차가운 눈물을 뿌리게 하소서.
이어령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에서
지난여름 시집한권을 들고 미국가는길에 올랐습니다.
노 학자가 인생 끝에서 만난 주님앞에 옮겨놓은 몇줄 글이
참 부끄럽게 했습니다.
눈물나게 가슴을 치는 글들 앞에서 모순투성이었던 지난날들을 후회하며
관록과 연륜의 신앙이 아닌,
결코 종교적인 열정이 신앙이 아닌,
소리나는 구리와 울리는 괭가리가 아닌
늦게 주님을 만난 노 학자의 부러운 그 눈물이......
미국에 두고온 그 시집의 그 참회가 지금도 감동으로 전해 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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