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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손에 든 지갑, 머리 속의 지갑! 조회수 : 1308
  작성자 : 김국호 작성일 : 2003-09-29
사람이 건강하다는 것이
참으로 귀한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요즘은
이 선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연고인지
빨간 신호불이 오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이다.
휘발유 비용도 아낄 겸 걷는것이 좋다는 말들이
연습장으로 향하는 발거름을 버스를 타게 하였다.

삼일교회의 두 시간!
가사와 곡조를 다 외우고 지휘자를 바라보는 열성적인 장로님들 틈에 끼여서
두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정신이 없었다.

"다음 월요일에는
내 기도하는 그 시간 등 두 번째 스테이지 곡은 책을 안보고 합니다.
책 보는 사람이 있으면 연습 안합니다."

눈 앞을 아찔하게 만드는 지휘자의 애교에 그나마 정신을 차리고 교회당을 나왔다.

버스 타는 것이이 문제였다.
잠시 時空을 돌린다.

첫 스태이지는 YMCA뒷길 버스 정류장.

늦은 밤에 82번을 탔는데 주간사가 뒤따라 탔다.
"주 간사! 영도 가는 버스인데.."
"장로님! 잘 못 탔어요! 아미동 가는 32번입니다."
32번을 82번으로 잘못 본것이다.
"허허...그 덕에 아지메하고 데이트를 하였으니 좋은 일이야!!!."
집안 아지매뻘 되는 주간사와의 3분 데이트를 뒤로하고 삼일교회 앞 정류소에 내렸다.

그 다음 번두번째 해프닝!
연습을 마치고 김종은 장로와 같이 101번 버스를 탔다.
버스가 영도대교가 아니고 부산대교로 가고 있었다.
"어어..!? " .
태종대 싸인볼만 보았을 뿐, 운전 석 앞에 붙은 "부산대교" 아크릴 안내판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101-1번이 영도대교로 가는 것 조차 생각이 나지 않았다.
101-1번을 타야 하는데, 또 한번 넉다운 되었다
버스 타는데 익숙지 못한 탓으로 돌렸다.

3막(27일)은 하이라이트 스테이지 monodrama 다.

장소는 삼일교회 앞
주연은 김길태
조연은 82번 버스
엑스트라는 단장, 지휘자, 그리고 단원 장로 몇 사람!!

레디 고!!

82번 버스가 오고 있었다.
손이 뒤주머니에 닿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였다.
지갑이 손에 닷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삼일교회로 뛰어갔다.
연습장소에 떨어진 지갑을 찾기 위해서다.

마침 언덕길을 내려오는 지휘자와 단장을 보았다.
인사를 할려고 오른 손을 눈앞으로 올렸다.

이게 왠 일인가!
뒤주머니에 없던 지갑이 어느새 손 안에 있는 것이 아닌가!!
어처구니 없는 내 행동에 실소를 하면서 뒤돌아서서 버스 정류장으로 뒤돌아 걸었다.

"이 정신아!.."
지갑이 손에 쥐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인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순간적으로 애태우던 마음이 금새 싱글벙글이다.

단장 음성이 귓전에 울린다.
"김 장로님! 배장로님이 영도니까 같이 타고 가세요!"

나는 멋적게 웃었다.
"그게 아니고 지갑때문에...."
그 놈의 지갑은 한개인데 손에 따로 머리에 따로 있었으니, 그야 말로 monodrama였다.

두 주 전,
새벽운동을 하던 대신공원에서
잃은 지갑을 찾지 못하여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지금도 우체부 아저씨를 기다린다.

그런데
오늘은 그 지갑이 손에도 있고, 머리에도 있으면서 나를 웃게 하였다.

그런 일이 있은 다음 부터 외출할때면,
아내는 따라 나오면서 귀엽고 낭낭한 멜로디 연주가 시작된다.

"지갑 잘 있어요?"
지갑 사건 전과자에 들려 주는 "아내의 노래"가 있으니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

2년 전 12월 24일,
뇌출혈로 슬어진 아내가 지금 옆에서 말하고 있다는 것이 지상 천국을 혼자 가진것 같다.

지금도, 지갑은 하나인데..
손에 따로, 머리에 따로, 나는 지갑을 두개 가지고 다닙니다.

존경하는 장로님
참 재미있지.요!
이렇게 사는 것이 나이 든 사람의 행복인가 봅니다.
또 하나님의 보살핌이고요!!

부디 복되고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김길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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