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고향 찾아 온 지갑 | 조회수 : 1225 |
작성자 : 김국호 | 작성일 : 2003-10-25 |
원 참 무슨 카드가 이렇게 많은지!!
분실신고
BC카드사
또, 카드, 또 카드,또 카드
무슨 카드가 그렇게 많은지 신고시간이 한 시간 넘어 걸렸다.
보름이 지나도 소식 없는 지갑을 기다리게에 지쳤다.
내 탓은 하지 않고 달아 난 지갑을 탓한다.
드디어 미움이 싹 튼다.
주어간 사람까지 미워지기 시작한다
그걸 주었으면 돈은 쓰고 지갑은 보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도 내탓이면서 습득한 불특정인 모두를 미워하게 된다.
장로 주제에 말이 아니다.
보름이 지났다.
이제는 동사무실에 가서
죄수처럼 무인까지 찍고 주민등록증을 재발급 받아야 한다니
화가 머리 끝까지 올랐다.
이십일 지나도 소식 없는 지갑을
기다리지 않기로 하였다.
하나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내 탓인데 대신공원을 찾아 온 시민 모두를 의심하고 미워하였으니
어찌 살아남기를 바라겠습니까?!
하오나,
생명을 연장시켜 주신 아내 조권사를 봐서라도에 용서해 주세요!
그의 곁에 조금만 더 머물러 있어야겠습니다.
아침 일찍 걷는 운동을 시켜야 하는데
누가 해 주겠습니까?
옆에서 손 잡고 함께 가야 하는데
누가 해 주겠습니까!
철봉에 매달릴 때 허리 부여잡고 올려 주어야 하는데
누가 해 주겠습니까?
발 찜질하고 전기 맛사지를 해야 하는데
누가 해 주겠습니까?
핑개지만 그렇게 해야 하는 저를 용서해 주세요!
그러니, 이제는 미워하지 않겠습니다.
모두가 내 탓이니가요!
* * *
"여보 우편물 왔어요. 김해경찰선데요"
겁 먹은 눈,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편지 본투를 건넨다.
경찰서라는 스스로의 말에 겁을 먹은 것 같다.
무슨 일에나 대범하고 웃음을 잃지 않던 아내가 작은 일에도 금방 눈물 흘린다.
아내 손을 꼭 잡아 주는데 내 가슴이 쿵쾅거린다.
"와. 지갑이다" 살포시 아내를 품에 안았다.
"겁내지 마, 경찰서에서 지갑을 보내 주었잖아! 고마운 일이지.."
이렇게 해서
한달 하루만에 고향 찾아 온 지갑 환영식을 하였다.
"이 친구야, 니 형이 돌아 왔어. 알어!!"
그 동안 고생하였다고 설합 깊숙히 넣어 두기로 하여다.
아내가 건강할 때,
장농 속에 넣어 두었던 새 지갑이 주머니 속에서 단잠을 자고 있다.
설합을 열어 본다.
고향 찾아 온 지갑을 지긋이 눌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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